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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혁신 방향과 첨단 그리드 구축
<목차>
1. 전력망이 직면한 현안
2. 전력계통의 혁신 방향
3. 전력망 혁신과 첨단 그리드 구축
1. 전력망이 직면한 현안
전력망은 전기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데에 필요한 전기설비와 이를 관리·운용하는 일련의 체계를 포괄한다. 만일 전기의 생산과 소비가 현장(on-site)에서 이루어지고,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고(적정성), 예기치 못한 비정상 고장에도 견딜 수 있다(안정성)면 전력망은 크게 필요치 않을 수 있으나, 이 모든 가정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전기 생산 설비는 규모의 경제로 단위 규모가 커지고 연료와 용수 확보를 위한 입지의 제약 등으로 소비처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져 원격에서 생산하고 수요지까지 전기를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 왔다.
원격지에서 생산·전송하여 소비하는 구조하에서는 수많은 송배전설비를 관리·운용할 수밖에 없고, 전력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전력의 이송배분 설비인 송배전설비 또한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2013년 밀양 지역에서 송전설비 건설과 관련한 첨예한 갈등이 있었고, 지역주민의 재산상 및 건강상의 우려와 폐해를 기술적(직류방식 채택)으로 그리고 제도적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펼쳐왔으나 지금도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설비 건설과 관련한 갈등은 진행형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송배전설비 건설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는 너무도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한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인식되어 주류화됨에 따라 전력생산방식에서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화력발전소는 접속 설비를 통해 송전망에 접속하여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는데, 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송전망이 아닌 주로 배전망에 접속하게 된다. 곧 재생에너지 설비가 수요지 인근에 있어 배전망에 접속하므로 송전망의 건설 수요는 줄어들 수 있지만, 오히려 배전망의 건설 수요는 확대된다.
배전망 투자 결정의 주된 요인이 관할 권역의 전력수요인데 여기에 접속되는 재생에너지가 또 하나의 주된 요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관할 권역의 전력수요는 대단위 신규 부하(예 : 데이터센터 등)가 창출되지 않는 한 전국이 유사한 행태를 가지므로 투자의 시점이나 방식에서 일반화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고려할 경우, 일반적인 접근이 아니라 지역에 특화된 투자의사 결정 체계로 변화되므로, 지역주민의 수용성 이슈가 보다 부각될 것이다.
전력의 이송배분을 위한 송배전망은 전기의 이용방식과 생산방식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망기술을 선택할 필요도 있으나, 전력시스템에 이미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어 건설되었고, 높은 신뢰도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방식을 어떠한 이유에서건 변경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자원의 유한성을 고려할 때 이용방식과 생산방식의 괴리로 인한 기술적 변환 과정을 체계적으로 줄이려는 에너지이용합리화는 버릴 수 없는 명제이고, 기술의 진화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정합시키려는 노력과 선택이 필요하다. 분명히 기술 방식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해서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에 새로운 미래 기술개발을 결코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2. 전력계통의 혁신 방향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21년 12월 「2050 탄소중립 에너지기술 로드맵」 을 발간했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13대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197개 핵심기술을 발굴하여 제시하였다. 로드맵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에너지기술이 나아갈 목적지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분명 에너지기술의 혁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부단한 노력이 에너지기술의 미래를 약속할 것이다.
본 고에서는 「2050 탄소중립 에너지기술 로드맵」 중에서 「전력계통」 분야 로드맵의 전략 방향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전력망의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부분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① 재생에너지 무제한 접속 전력계통 구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현존기술의 여건 아래에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필수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갖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무제한 접속 허용 이란 슬로건은 매우 의미 있고 도전적인 전략 방향을 제시한다.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접속 대기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용을 담보할 전력망의 합리적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② 인프라 고도화를 통한 전력계통 효율화
우리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기존 발전자원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기에 적합한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등 발전자원이 다원화되면서 기존의 전력계통 운용기술이 재생에너지가 확대된 상태에서도 정도 높은 신뢰도로 운용될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새롭고도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전력계통 인프라의 고도화를 통해서 전력계통의 효율화를 실현하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③ 전전화(全電化) 대비 전력계통 연동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
인류문명에 필수적인 에너지는 열, 가스, 전기 등 다양한 형태이나 현존하는 기술 하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전기에너지로 귀착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에너지를 청정하게 생산하고,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가 그것이다.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은 향후 높은 전력수요를 상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 전력수요(약 1,200TWh)를 2019년(약 520TWh)에 비해 2.3배 이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전기에너지로의 통합과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할 것인지 에 대한 고민이 필요 하다.
④ 미래 전력계통 전환을 위한 시장 및 거래시스템 혁신기술
전기소비자는 그간 소비의 주체였으나,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 주체일 뿐 아니라 일부 생산의 주체로도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시장참여와 거래 형태의 구현 가능성을 보이면서 전력시장과 거래시스템의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었다. 그동안의 중앙집중식 전력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 위주로 제한된 시장 참여자가 참여 하였으나 앞으로는 재생에너지와 분산자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원을 보유한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에너지 시장이나 보조서비스 시장 등 다양한 형태의 시장에 재화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및 전력거래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금번 전력계통 부문의 에너지기술로드맵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력계통에 대한 투자·운영·시장 부문의 전략 방향 및 세부 로드맵이 제시되었다. 전력망은 전력계통 혁신의 근간으로 금번 투자·운영·시장 전략방향을 포괄하여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미래를 대비한 합리적 혁신 방향을 앞으로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력계통부문 에너지기술 로드맵의 4대 전략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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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력망 혁신과 첨단 그리드 구축
지난 2022년 7월 5일 정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국무 회의에 의결하였다.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의 재정립,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및 시장구조 확립, 에너지신산업의 성장동력화 및 수출 산업화, 에너지 복지 및 정책 수용성 강화 등 5대 정책 방향을 제시 하였다. 이중전력망은 합리적 에너지믹스를 뒷받침하는 미래형 전력망 구축을 기치로 전력망의 적기 건설 및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화 방안 마련, 전력망 효율적재설계 및 첨단 그리드 구축 추진을 밝혔다.
바람직한 자원들이 전력망에서 접속되어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전술한 바와 같이 전력망 확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송배전망의 건설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이러한 갈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나아가 원천적으로 송배전망 건설을 지연 또는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에너지 수요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전력망 건설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효율 향상은 기존 모든 정부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에너지정책이었으며, 에너지효율의 향상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노력 또한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력망 설비투자의 기준이 되는 수요를 낮추는 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부하지속곡선(LDC: Load Duration Curve)을 보면, 연간 수십만 시간의 부하를 감당하기 위한 설비가 투자되어야 하므로 이 기간에 수요관리를 통해 부하를 흡수할 수 있다면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최근 에너지 신산업과 연계하여 매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효율향상과 수요관리에 집중 적으로 투자하여 전력망의 투자를 지연 또는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첨단 그리드 구축을 제시하였다. 차세대 AC/DC Hybrid 배전네크워크 기술개발이 그것이다. 최근 전력망은 공급자원과 소비자원의 복잡성(complexity)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및 분산자원이 접속되고, 교류 부하뿐만 아니라 직류 부하가 연결되어 자원과 기술이 다원적으로 복합된 전력망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30년 교류/직류 혼용배전망 운용을 목표로 관련 요소기술과 운영기술에 대한 개발에 착수하였다. 본 사업은 에너지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분산자원을 보다 폭넓게 수용하고 교류 부하와 직류 부하에 직접 에너지를 공급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망을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래 배전망의 혁신적 모습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망 혁신과 첨단 그리드 구축을 위한 노력은 탄소중립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이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전력망의 미래 기술에 대한 전략적이고 도전적인 투자를 통해 AC/DC Hybrid 배전망 기술을 선도하고, 국가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조기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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