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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자원 순환경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정책기조에 발맞추어 “2050 Net-Zero”를 선언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함께할 방법들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다.
탄소 발생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화석연료·원료(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숙명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쳐야 할 다양한 고충이 산재해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 빠르게 성장하면서 산업과 가정에서 사용하던 화석연료를 한 번에 끊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2021년 11월, COP26에서 석탄감축을 공식 선언하면서 제시된 각국의 단계적 탄소중립의 방향성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석탄 사용감축은 탄소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가스로의 의존 증가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효율의 극대화가 매우 시급함을 의미한다. 이는 유가스 기반의 자원안보 측면과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 확보를 통해 원료수급 안정화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석탄 퇴출은 석탄발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큰 중국의 전력난에서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작년 말, 중국은 2060 Net-Zero 선언 이후 연료사용이 용이하고 가격이 싼 석탄 가격이 50% 이상 치솟았다. 여기에 호주와의 외교 갈등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유발하는 전력난과 함께 생산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의 중국 의존도가 큰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것이 원자재 대란으로 이어지면서 여파는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2021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1차 에너지 중 석유와 가스의 비중은 각각 37.7%와 18.8%로 전체 에너지 대비 56%를 넘는다. 대부분 해외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의존도가 잠시나마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동성은 우리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유가스 시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면서 2022년 3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불을 넘고 있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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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에서도 어려움이 느껴진다.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니켈 가격은 작년 12월 대비 2배 넘게 폭등하여 톤당 4만 2천 불(2022년 3월 7일 기준)을 넘으면서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가 중단되고 있고, 리튬 역시 작년 대비 3배 넘게 폭증하는 상황이다.
IEA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및 친환경 수송수단(수소차 및 전기차) 등 탄소중립 필수 분야의 효율향상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해 왔다. 2010년 이후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핵심광물의 사용량은 이미 50% 이상 증가한 상태다. 전체 핵심광물의 수요는 ‘현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 STEPS)’에서는 2040년까지 두 배,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 SDS)’에서는 4배, ‘Net-Zero’에서는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필요 정도가 매우 커지는 리튬은 2020년 대비 2040년에는 42배까지 공급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광물은 시장 변동성에 따라 공급이 취약한 특성이 있다. 광물 부존지역이 일부 국가에 편중되어 있고, 생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우수한 품질의 광산이 많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저품질 광산에서 생산을 해야 한다. 물 부족과 기후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강력한 환경·사회적 기준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원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장기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자원 부존지역에서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좋지만,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시장변동성에 맞추어 신속하게 대안을 마련하기는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협력을 통한 연료·원료의 공급 다각화 및 에너지 절약과 자원 수급을 재사용 및 재제조, 재자원화와 연계하는 자원순환경제 시스템의 적극적인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우리나라는 자원의 안정적 공급과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원개발 중심에서 자원안보 중심으로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연료·원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비축량을 늘리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생산을 통한 시장변동성 대응에는 다소 미약하다. 이 와중에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자원순환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서 실현되고 있다.
핵심광물 사용이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사용 후 배터리를 他산업1)과 연계하여 재사용 및 재자원화를 극대화하는 자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EU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지속가능배터리 규제(New Sustainable Battery Regulation, SBR) 법안’이 제시되었다.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배터리는 2030년부터 코발트의 12%, 리튬의 4%, 니켈의 4%를 재활용 원료로 반드시 사용해야하는 강력한 시장제도이다. 배터리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도 적극적인 핵심광물 자원순환(재사용, 재제조, 재자원화) 기술력 확보를 통해 시장 선점에 애쓰고 있다. 예전에는 화석연료·원료를 쓰고 버리는 시대에서 활용방안을 최대화로 끌어올리는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이 경제활동과 함께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탄소중립의 실현, 석탄의 퇴출, 유가의 급등 및 광물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가는 세계 에너지 시장 속에서 경제 흐름은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2)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탄소중립 실현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자원 사용의 최적화라는 명제는 매우 중요하다. 자원개발이 아닌 자원안보 측면에서 강력한 국제협력을 통한 안정된 공급망 확충에 기술력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급된 자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기술도 연계돼야 한다. 기술이 없으면 선진 기술에 종속되어야 하고, 끝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수용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1)에너지저장장치(ESS), 휴대용·캠핑용 배터리, 소형 이동수단(이륜차, 전동킥보드 등) 등
2)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제 상태.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정도가 심한 것은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이라고 함
저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원PD 이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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